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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 몰라? 건설과장인데!
지산그룹 (ip:) 평점 0점   작성일 2020-09-11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157

나 몰라? 건설과장인데!

(부동산경제 2000.06.14)

한주식 회장 저 

 

용인시 기흥구 하갈리 154번지. 신갈 저수변의 하천 둑을 따라 14개동 다세대 주택이 그림 같이 줄지어 있다.

이 다세대를 짓기까지는 숱한 곡절이 있었다. 우선 하천부지 1300평을 평당 1만원에 매입하고 단독주택 14동의 허가를 신청했다. 그러나 하천 둑은 도로가 아니며, 수해위험지역, 농지피해 방지시설, 하천 구역 내 등의 사유로 반려되길 일곱 차례. 이래서는 도저히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.

동짓달 어느 새벽 5. 주택관련 책을 한 아름 안고 주택계장 집으로 찾아가 공부하자며 강짜도 부려 보았다. 예나 지금이나 건축직 아닌 행정직으로 건축 업무를 보는 분들 상당수는 법규를 아무리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. 관례를 들먹이며 선임자나 상급자의 행적만 따르려 한다. 이 허가가 꼬이게 된 것은 애초 이 업무의 담당과장을 몰라 본 것이 원죄였다.

건축부지가 개천변이라 홍수 뒤 부지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 개천에서 고기를 잡던 중년 남자가 뭐 하느냐고 묻는 말에 뭘 잘못 대답했더니 내가 건설과장인데하며 호기를 부리기에, 호기로만 여기고 퉁명하게 인사하게 된 것이 두고두고 말썽이 되었다. 일곱 번을 반려 반은 뒤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되었는데, 수해 우려도 없고 제방은 도로로 쓰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는 의견을 받아 허가되었다.

그런데 이번에는 건물이 다지어졌으나 일조건 위반(북쪽경계에 바짝 붙여 3층을 지었다고)이라며 준공이 안 된단다. 북쪽에는 하천이 있고, 더욱이 도시지역도 아닌데 이런 경우 법규를 모르는 척 넘긴다. 알면서 속아준 것을 그들이 알고 난 뒤의 달라진 선처가 있을 것이기에.

놀라운 일은 준공 후 일어났다. 신갈 중심가에서 2km 떨어진 외진 곳의 1만 원짜리별 볼 일없는 하천부지에 세대당 700만원이 원가인 주택에 새들겠다고, 그것도 그 지역 유지와 목사님추천장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.

집 지을 때는 개천가에 집 지어 누가 사느냐고 엉뚱하다며 손가락질 하던 사람들이 700만 원짜리 집에 융자 700만원 전세 700만원에 입주하길 바라고 찾아왔다. 한술 더 떠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에게 전량 배정하는 조건으로 800만원씩 선불 내겠단다. 엉뚱한 형질변경으로 대지가격이 공짜와 다를 바 없는 1만원이다 보니 원가가 쌀 수밖에 없었다.

주택 84세대(14×6세대)1세대 값으로 봉고 두 대 사서 10분 간격으로 신갈 네거리까지 주민들을 무료로 나들이 할 수 있도록 했다. 외진 곳이라 전원생활에 알맞고 교통이 해결되었으니 입주자도 만족하고 어설픈데 집 지어 꽤 괜찮은 벌이(세무서 의견)가 되었다.

주택사업하시는 분들 아직도 집 지어 돈 벌려 하십니까? 형질변경하시지요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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